광양시와 의회, 뒤늦은 성명…신중함인가, 눈치보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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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와 의회, 뒤늦은 성명…신중함인가, 눈치보기인가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3.03.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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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성명 빈축…선제적 대응 아쉬워
이성훈 편집장
이성훈 편집장

광양시와 의회가 29일 오후 포스코홀딩스의 일방적인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20일 광양과 포항에 경쟁력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제철 공정 단위별로 기계와 전기분야 등 모두 6개의 정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지 10일 만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7일, 서울에 있는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최종 변경을 발표했다. 그러자 전남도는 21일 그룹차원에서 광양의 위상 제고를 위해 전남에 계열사 일부를 이전하는 등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포스코그룹 차원의 본사 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광양참여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포스코케미칼 본사 소재지 광양 이전 △이차전지, 수소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연구 인프라 확대 △관련 사업의 신규 법인 설립시 광양 본사 소재지 등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광양시와 의회보다 한발 앞서 입장을 표명하고 포스코그룹을 압박한 것이다.

20일 포스코홀딩스가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을 밝힌 후, 지역 정비협력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사회에선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 주, 그리고 이번 주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을 두고 언론과 노동계, 시민단체를 비롯한 지역 곳곳에서 한창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광양시와 의회는 한참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광양시는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이전 조속 이행과 현재의 납품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존속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의회는 △포스코는 일방적인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포스코는 정비 자회사와 관련된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협력사, 납품업체, 근로자 등과 소통 △포스코는 지역업체 상생협력 방안을 실천을 요구했다. 

포스코홀딩스가 추진 중인 정비 자회사 설립에 문제가 있다는 공통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전남도-광양시-의회-지역단체-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협력 방안 실천을 요구했다. 광양시와 의회가 지역 현안에 침묵하기보다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는 할 수 있겠지만 시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고 뒷북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 현안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광양시와 의회는 논란이 한창일 때 침묵을 지키다 이제야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전남도가 한발 앞서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광양시와 의회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시와 의회의 뒤늦은 성명 발표는 과연 신중한 판단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포스코 눈치 보기일까. 지역 현안에 앞서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행정과 의회는 왜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들고 나서야만 뒤늦게 입장 표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포스코의 각종 현안과 관련,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는 지역 기업·단체들과 주도권을 쥐고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광양시의 광양시의회의 정치력은 몇 수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포항시가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유치하는 동안, 광양에서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 상생협의회TF는 출범한 지 일년이 지나 수차례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광양시와 의회는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이 사안을 조용히 넘어갔다면 두 기관이 과연 성명을 냈을까. 행정의 기본은 ‘선제적 대응’이다. 의회 역시 집행부 사업을 심의할 때 선제적 대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눈여겨본다. 지역 현안에 가장 먼저 대응하고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할 광양시와 의회는 유독 포스코와 환경 문제, 대규모 이슈에 대해서는 뒤늦게 대응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이게 과연 민선 8기 정인화 시장이 추구하는 ‘감동행정’인가. 9대 광양시의회가 표명하는 ‘시민의 이야기꽃, 피워내는 의회’의 모습인가. 광양시와 의회는 굵직한 사안이 발생하면 뒷북 좀 치지 말고 솔선수범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아울러 포스코 상생협의회가 진전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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