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신 있다던 민주당, 어디부터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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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자신 있다던 민주당, 어디부터 꼬였나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2.06.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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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무, 토론회 실패가 큰 원인
경선 과정 잡음 ‘발목’
1일 밤, 민주당 김재무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1일 밤, 민주당 김재무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6.1 지방선거 개표가 모두 마무리 된 가운데 광양시장은 또다시 민주당이 실패했다. 개표 결과 무소속 정인화 3만7005표(54.59%), 민주당 김재무 2만7670표(40.82%)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무난하게 승리가 점쳐졌던 더불어민주당 김재무 후보로서는 또다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용재 품지 못한 ‘원팀’…후유증 남긴 경선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패착 중 하나는 경선 후보였던 이용재 전 도의원을 품지 못한 것이다. 김재무·문양오·이용재 3파전으로 광양시장 후보 경선을 치른 민주당은 지난 4월 30일 경선 투표 결과, 김재무 후보가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후보가 확정된 그날 이용재 캠프 측은 경선 과정에서 권리당원 유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조사를 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문제가 없으면 원팀에 합류해 김 후보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곧바로 지역위원장인 서동용 국회의원이 성명을 발표했다. "권리당원 유출은 있을 수 없다. 경선 불복이냐, 원팀에 합류하"는 내용이었다.

서 의원의 성명은 이용재 후보에게 커다란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이 후보는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서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공개 저격했다. 이후 서동용 의원과 김재무 후보는 수차례 이용재 후보에게 연락을 취하고 화해를 시도했지만, 자존심을 크게 상한 이 후보로서는 틀어진 감정이 쉽게 회복될 리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이 후보를 설득하지 못한 채, 김 후보와 문양오 후보 체제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만일 이때 서 의원이 즉각적으로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대신, 그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고 포용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과론이지만 이용재 후보를 껴안지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결국 반쪽짜리 원팀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적지 않은 후유증을 예고했다. 이밖에도 시도의원 경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의 탈당 무소속 출마도 '민주당 원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지난 5월 24일 열린 여수mbc 토론회 방송 캡쳐
지난 5월 24일 열린 여수mbc 토론회 방송 캡쳐

토론회 대실패, 역전은 그때부터 

원팀을 구성하며 총력전을 펼친 민주당으로서는 선거 운동 초창기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김재무 후보가 두 번이나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을 통해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데다 김 후보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았다. 

김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전과 경력이 이번 선거에서도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김 후보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을 쌓았다. 여론조사도 김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재무 후보는 정인화 후보에게 15% 이상 격차를 벌리며 순항했다. 눈에 띌만한 이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토론회’가 김 후보 낙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다. 김 캠프와 정 캠프 모두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요인을 토론회로 꼽을 정도로 두 번의 토론회, 특히 여수mbc 토론회는 김재무 후보와 민주당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과제를 남겼다.

지난 5월 11일 광양문예회관에서 열린 CBS 토론회가 첫 번째였다. 당시 토론회 과정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의 전과 기록에 대해 추궁했다. 이에 김 후보는 네거티브라고 반박하자 정 후보는 사실 확인 차원에서 질문한 것이라며 맞대응했다. 이 토론회를 통해 김 후보의 전과 내용이 또다시 공개되면서 두 후보 사이의 공방전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4일에는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광양시장 법정토론회가 여수MBC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전과 공방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김재무 후보는 정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장면들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유권자들로서는 시장 후보가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답을 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실망감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만 것이다.

김 후보가 당황하는 모습들을 담은 장면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상한 기류는 감지되고 말았다. 당시 김재무 후보는 토론회 준비를 위해 이틀 동안 밤을 새가며 공부한 까닭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결국 과한 준비로 인한 체력 소모와 컨디션 조절 실패가 커다란 발목을 잡은 것이다. 토론회 이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10% 이내로 급격하게 줄다가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졌다. 

격차가 좁혀지자 김 후보의 전과 경력에 대한 상대 후보의 집중 공격,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시장만큼은 정당이 아닌 인물론을 선택한 민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거일 다가올수록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오히려 정 후보가 오히려 앞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탄탄한 조직을 내세우며 겉으로 드러난 표심을 보여줬다면 무소속 정인화 후보 지지자들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지지세를 넓혀가며 '샤이표심'의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 

김재무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재무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재무 후보는 1일 선거 개표일 밤 늦게 캠프 사무실을 방문,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후보는 “시민과 당원동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제가 여러모로 부족했고 과분한 지지와 성원에도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안타깝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어 “정인화 당선인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드린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힘써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시장 선거 패배로 김재무 후보는 정계 은퇴 수순의 기로에 섰다. 서동용 의원 역시 시도의원 선거에서는 선전했지만 시장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당장 2년 후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서 의원은 흐트러진 당심과 민주당에 실망하는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고 재선에 도전할지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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