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이하 “쌍사자 석등”이라 한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조형물이며 독보적인 석조문화재다.
연꽃 받침 위에서 가슴을 맞대고 마주 선 두 마리의 사자가 기둥이 되어 불집을 받쳐주는 쌍사자 석등은, 사자상에 구현된 역동성을 바탕에 둔 조형미와 균형감에서 오는 우아한 기품이 풍기는 자태가 빼어난 석등으로서 그야말로 국보 중의 국보이다.
쌍사자 석등은 원래 광양시 옥룡면 중흥산성 절터에 3층 석탑과 함께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수난을 당했다. 1913년 쌍사자 석등과 석탑을 일본인들이 밀반출을 시도하자 애국지사 김상후와 옥룡면민들이 나서서 막아냈다. 하지만 1930년 일부 주민들이 일본인에게 매매하려다 당국에 신고되어 조선총독부의 조사 뒤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말았다.
이후 광복이 되고 1962년 쌍사자 석등은 국보로 지정돼 경복궁 자경전 앞, 경무대 정원, 덕수궁 국립박물관, 경복궁 국립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을 거쳐 1990년 국립광주박물관 등으로 7회나 옮겨졌다.
이렇게 90년 동안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쌍사자 석등은 마땅히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반출된 문화재를 고향으로 되돌려주는 일은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자, 문화유산 속에 담긴 정신과 역사를 되찾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는 자치분권 문화시대를 맞이하여 이행해야 할 과제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문화 분권 창달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체성에 기반한 지역문화 발전과 자치화된 지역 문화정책을 통한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민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드높이는 중요한 자원의 원상회복이다.
광양지역에서는 1980년대부터 쌍사자 석등 환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1992년은 광양시민 2210명이 문화공보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2009년에는 광양시에서 국립광주박물관에 반환을 요구했다. 2021년 12월에는 3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국보 제103호‘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환수위원회’ 발대식 및 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환수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은 연구와 보존ㆍ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문화재의 원산지역 반환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지역문화진흥법’에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문화재를 약탈해 간 나라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모습을 버리지 않는 한 문화분권은 까마득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제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와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역에서 반출된 문화재를 되돌려보내는 일도 추진해야 마땅하다.
일제강점기 광양시민들이 일본인에게 무단반출 되는 것을 막았던 쌍사자 석등이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없다. 1,200년 전 통일신라시대부터 빛을 밝힌 광명등이자, 도선국사의 이야기도 담고 있을 쌍사자 석등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고 지역문화의 빛을 밝히며 우리의 미래세대로 이어져야 한다.
이에 우리 전라남도의회는 200만 도민들의 뜻을 모아 다음 사항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정부는 국보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을 광양시로 반환하라!
하나, 정부는 자치분권 문화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문화정책과 사업에 대한 제도 및 예산 지원을 적극 확대하라!
2022. 2. 9. 전라남도의회 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