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취재기] 뒤늦게 불붙은 공격…운도 따르지 않았던 '90분'
상태바
[원정취재기] 뒤늦게 불붙은 공격…운도 따르지 않았던 '90분'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4.03.03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시즌 첫 경기 청주FC에 0-1패
9일 홈 개막전 첫 승 기대

갑진년 용의해인 2024년. 전남드래곤즈 창단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올 시즌에는 선수와 구단은 물론, 팬들도 K리그1 승격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올 시즌 K리그가 3월 1일 개막한 가운데 2일 오후 4시 30분 K리그2 1라운드 전남과 청주FC 경기가 청주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청주에 도착한 전남 원정 팬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일 오전 11시에 청주로 출발한 전남 원정 응원단은 총31명, 버스는 빈자리가 단 한군데도 없이 팬들로 가득 찼다. 중마터미널 옆 관광안내소에서 집결해 순천을 거쳐 시즌 첫 원정 응원을 떠난다. 팬들의 얼굴에는 기대 반 설렘 반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법. 청주를 향한 버스는 3시간을 조금 더 달려 오후 3시 경기장에 도착했다. 

개막전답게 경기장 밖에서는 청주FC에서 팬들을 위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선수들 등신대와 사진 찍기, 미니 골대 골 넣기, 선수들 유니폼을 비롯한 각종 굿즈 판매, 간식을 하나씩 입에 문 관중들의 얼굴에는 개막전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청주종합경기장 밖에는 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청주종합경기장 밖에는 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경기장 원정석에선 팬들이 깃발을 경기장 곳곳에 꽂고 북과 확성기로 응원 열기가 서서히 달궈진다. 광양·순천에서 31명이 올라왔지만 여기저기서 모이다보니 원정석에도 대충 400~500명은 족히 모였을 정도로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원정석 한켠에는 청주덕성초 33회 동창들이 내건 응원 현수막도 보인다. 전남 이장관 감독의 고향이 청주인데, 이 감독의 동창들이 응원차 원정석에 모인 것이다. 이 감독 동창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경기장 밖에서 이 감독을 끝까지 기다리며 친구들의 우정을 과시했다. 김규홍 전남드래곤즈 사장은 원정석에 들러 팬들과 인사를 나누며 힘찬 응원을 당부했다. 

김규홍 전남 사장이 원정 온 응원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규홍 전남 사장이 원정 온 응원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남 응원단들이 원정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전남 응원단들이 원정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공군군악대의 애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경기는 시작된다. 원정석도 본격적인 응원에 돌입한다. 경기장엔 바람이 간혹 거세게 불긴 하지만 확실히 1~2주전 바람과 성분이 다르다. 봄의 DNA가 바람 속에 스며든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청주의 거센 공격이 시작된다. 3-4-3 포메이션을 꺼내든 청주는 최전방 윤민호를 중심으로 좌우에 김영환, 오두가 공격진을 꾸렸다. 전남은 4-1-4-1 포메이션으로 최전방에 플라카가, 좌우에 하남과 조재훈이 자리했다. 빌바디아는 유혜이와 중원을 맡으며 공수를 조절했다. 

전반 13분경 청주 장혁진이 부상을 당하면서 양지훈으로 교체됐다. 공방을 주고 받던 양 팀은 전반을 0-0으로 마무리했다. 청주가 간담을 쓸어내리는 위협적은 슛을 날리며 전남을 강하게 압박한 가운데 전남은 이렇다 할 유효슈팅 없이 전반을 끝마쳤다. 목소리 높여 응원하는 원정팬들의 목소리에도 다소 아쉬운 표정이 남는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전남은 하남과 조재훈을 빼고 노건우와 몬타노를 투입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청주 오두가 쓰러지면서 경기 시작 2분만에 정민우로 교체됐다. 청주로서는 전후반 초기에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전술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때이른 선수 교체가 청주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말았다. 후반 4분 전남의 측면을 돌파한 정민우가 치고 들어가 올린 크로스를 윤민호가 골을 넣으면서 선취점을 올린 것이다. 골을 넣은 순간 청주 응원석은 환호와 함께 불꽃 폭죽이, 전남 원정석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전열을 가다듬은 전남은 강하게 청주를 압박하면서 시즌 첫 승에 대한 기대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40분, 전남은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발디비아의 헤더를 플라카가 슈팅을 날려 골로 연결 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원정석에서 환호가, 홈팀 자리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좀처럼 심판이 골 사인을 주지 않자 원정석에서는 서서히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심판은 결국 VAR 판독을 통해 골 취소를 결정했다.  

발디비아가 헤더 과정에서 파울이 있었다는 주심의 판정이었다. 결국 발비디아는 옐로카드를 받았고, 항의하던 코치진들도 경고를 받았다. 후반 45분이 끝나고 추가 시간이 9분 주어졌다. 전남은 파상공세로 청주의 골문을 흔들었지만 운은 따르지 않았다. 추가시간의 거의 다될 무렵 청주 윤민호가 퇴장을 당하면서 전남의 프리킥이 주어졌지만 결국 골과 연결되지 않으면서 0-1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전남 선수들이 원정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전남 선수들이 원정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 시즌 첫 경기에서 승점을 거두지 못한 채 응원단은 빈손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다소 힘이 빠졌을텐데도 선수들이 경기장을 모두 빠져 나갈때까지 팬들은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하고 끝까지 응원을 잊지 않았다. 

김규홍 전남 사장은 “몇 시간을 버스 타고와서 찬 바람을 맞아가며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해준 팬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오늘 승리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전열을 가다듬어 홈 첫 경기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은 토요일인 오는 9일 오후 4시30분, 광양전용구장에서 김포FC를 상대로 시즌 첫 홈경기를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