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들의 정원 ‘안나푸르나’를 걷다③(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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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들의 정원 ‘안나푸르나’를 걷다③(끝)
  • 김양환 광양신문 대표
  • 승인 2023.06.26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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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길 '안나푸르나'…별과 눈, 그리고 꿈을 담아오다
눈 덮힌 안나푸르나, 앞선 사람이 만들고 지나간 길을 따라 걷는다. ⓒ​​​​​​​광양신문
눈 덮힌 안나푸르나, 앞선 사람이 만들고 지나간 길을 따라 걷는다. ⓒ광양신문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가득한 음식'을 의미하며 힌두교 풍요의 여신 '락슈미'를 상징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네팔 북중부에 위치한 8천m급 봉우리 1개, 7천m급 봉우리 13개, 6천급 봉우리 16개로 이루어진 대산군을 '안나푸르나 산군'이라 칭하고 안나푸르나 제1봉은 8091m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안나푸르나는 전문 등산인 뿐만 아니라 트레킹 코스가 잘 개발되어 있어서 전 세계에서 온 트레커들의 집결지이기도 합니다. '치유의 길'로 잘 알려진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 지난 5월 김양환 광양신문 대표가 다녀왔는데요, '울레리~푼힐~ABC정상~후두'까지 76.5km의 트레킹 대장정기를 광양신문과 함께 소개합니다. 지면을 허락해 주신 김양환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

<트레킹 6일> 끝없이 펼쳐진 설원 속, 안나푸르나가 눈앞에…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거쳐서 최종 목적지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일정이다. 데우날리에서 ABC까지 거리는 7㎞ 밖에 되지 않지만 5시간 정도 걸린다. 고산에서는 되도록 천천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입는 것도 필수다.

지난밤은 고산증과 추위로 인해 잠을 설친 일행들이 대부분이다. 기상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연다. 그날의 날씨는 고생의 바로미터다. 보이는 하늘은 힘든 하루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다. 어제 내린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낀 날씨가 아마도 눈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데우날리에서 MBC까지 가는 길은 원래 계곡 왼쪽 사면의 등산로였으나, 2020년 눈사태 사망사고 이후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돌려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 눈사태가 났던 현장을 스치며 지난다. 

ⓒ광양신문
ⓒ광양신문

어제와 오늘의 주변 환경은 완전 다르다. 어제는 고산 정글지대를 걸었지만, 오늘은 주변에 나무가 거의 없고 황량함이 느껴진다. 고도계를 보지 않아도 고도가 높음을 알 수 있는 분위기다. 

3시간여 산행으로 MBC에 도착해 피쉬타일 롯지에서 야채 중심의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히말라야에 접어들면 신성한 곳으로 여겨 고기 같은 음식은 먹을 수가 없다. 

롯지 앞에서 쳐다보면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인다. 기분 같아선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지만 거기까지다. 

롯지에서 만난 영국 친구는 MBC에 숙소를 두고 ABC를 다녀오겠다며 먼저 출발한다. ABC출발을 앞두고 예상대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ABC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2시간 이면 올라가는 길이지만 눈보라로 발걸음이 더디다. 눈 내리는 히말라야는 그동안 어디서도 본 기억이 없는 딴 세상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을 알리는 표지판. ⓒ광양신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을 알리는 표지판. ⓒ광양신문

최종 목적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출'

드디어 안나푸르나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궂은 날씨 때문에 기대했던 안나푸르나 1봉은 잘 보이지 않지만 친구와 둘이서 손뼉을 마주치고 수고했다는 말로 기쁨을 나눈다. 어둠이 내리면서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추워진다. 롯지 안에서 추위를 달래보지만 온기는 없다. 한참을 기다려 도착한 일행들을 반기며 걱정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저녁 식사 후 방을 배정받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몇 겹 입은 옷 위에 오리털파카를 입고 양말도 두 켤레 싣는다. 스태프가 준비한 따뜻한 물통을 껴안고 잠자리에 들지만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름다운 밤하늘 별구경을 기대했으나 꿈속에서나 봐야 할 것 같다.  

밤새 내린 눈이 ABC롯지를 덮었다. ⓒ광양신문
밤새 내린 눈이 ABC롯지를 덮었다. ⓒ광양신문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나온 바깥세상은 눈 말고는 보이는 것이 없다. 우리가 잤던 롯지도 떨어져서 보면 지붕만 보인다. 롯지 통로 앞에도 1M가 넘게 눈이 쌓였다. 롯지 주인이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 쪽으로 눈길을 낸다. 

일출은 롯지에서 잠깐 올라가면 볼 수 있다. 안나푸르나의 봉우리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일출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 어제 내린 폭설이 그치고 날씨가 좋아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안나푸르나 1봉(8091M) 끝 부분부터 물들기 시작한 일출의 광경에 환호성을 지른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걸어왔구나 하면서.. 

히말라야 별이 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산악인 추모비. ⓒ광양신문
히말라야 별이 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산악인 추모비. ⓒ광양신문

일출 장소 주변에는 2011년 안나푸르나 별이 된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산악인의 추모비가 있다. 박영석 대장은 히말라야 14차 완등 그랜드슬럼을 달성한 산악인이다. 나와 같은 나이의 여성 산악인 지현옥의 추모비도 보인다. 머리 숙여 명복을 빌어본다. 

<트레킹 7일>따뜻한 물 한컵이 가져다 준 '소소한 행복'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밤부까지 11㎞ 거리를 7시간 정도 걷는 일정이지만 오르막길도 있어 쉬운 코스는 아니다. 아침식사 후, 떠나는 아쉬움을 안고 마차푸차레를 마주하며 하산길에 나선다. 

하산을 앞두고 아쉬움을 사진에 담았다. ⓒ광양신문
하산을 앞두고 아쉬움을 사진에 담았다. ⓒ광양신문

왔던 길을 뒤돌아가는 코스지만 어떤 길은 생소하기도 해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트레킹 중에 정이 든 영광원전에서 일하는 후배들과 한껏 폼을 잡고 아쉬움을 사진으로 남긴다. 올라갈 때 머물렀던 데우랄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밤부에 도착해 산에서 마지막 밤을 맞는다. 며칠 동안 세수도 안하고 버틴 몸을 뜨거운 물을 틀어 샤워를 하고 나니 살 것 같다.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트레킹 8일>안나푸르나…그리고, 고마운 그들

밤부에서 후두까지 걸어서 하산을 하고, 지프를 타고 내려서 다시 걷는 일정이다. 15㎞ 정도를 약 8시간에 이동한다. 내려오는 길에 먼저 도착한 촘롱 커피숍에서 1시간 정도 쉬어 간다. 아빠와 딸이 바리스타인 커피솝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는 상대가 안 된다.

트레킹 중 친하게 지낸 후배들과 멋진 포즈로 한 컷. ⓒ광양신문
트레킹 중 친하게 지낸 후배들과 멋진 포즈로 한 컷. ⓒ광양신문

하산길의 여유를 느끼며 영광 후배들이 사준 주황색 히말라야 기념 커플 티셔츠를 입고 독수리5형제가 된다. 후배들이 3명, 친구와 나, 이렇게 찍은 5형제의 사진은 등산 잡지 표지 모델감이다. 

밤부에서 후두까지 내리막 계단길을 지나 나야폴까지 지프로 이동이 예정돼 있었으나, 홍수로 인해 무너진 돌더미가 길을 막아 할 수 없이 2시간 정도 걸어서 이동했다. 트레킹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버스로 2시간을 달려 포카라 시내로 이동해 만찬장소에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면서 트레킹의 긴 일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동안 함께한 일행들, 가이드 차트라, 핸드폰 찾으러 함께 나선 민들레라 불렀던 가이드, 식사를 책임진 세프들, 포터들, 모두 추억의 노트에 그 이름들을 적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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