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광양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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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광양오일장’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0.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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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2~3주 전부터 감소
이번 주 가장 심각
상인들의 한숨 “3월까지 이어질까 걱정”
26일 오전 광양오일장 상인회 건물에서 본 오일장 모습. 장날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하다.
26일 오전 광양오일장 상인회 건물에서 본 오일장 모습. 북적대던 오일장 모습과는 달리 장날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하다.

광양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광양오일장은 생선, 과일, 채소, 반찬 등을 비롯해 간식거리와 잡화 등 온갖 다양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봄을 맞이하는 요즘에는 묘목을 파는 상인들도 합세해 어느 때보다 광양오일장은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광양오일장 역시 전국 여느 전통 시장과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19가 지난주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광양오일장 상인은 물론, 손님들도 지역에 더 큰 타격을 입지 않을지 조마조마하고 있다.  
 
북적이던 장날 모습 “온데간데없어” 
 
26일 오전 10시 전후 광양오일장. 보통 장날 오전 같으면 이곳은 가장 매대를 가득 채운 온갖 물건과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오일장 바로 옆에 광양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어서 장이 열리는 날이면 오일장 주변은 사람과 차들이 넘쳐나 교통 혼잡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26일 장날 분위기는 평상시와 달랐다. 보통 장날이면 시장통은 사람들로 넘쳐나 어깨를 부딪치며 다닐 정도로 활기가 가득 찼지만, 이날은 너무나 한산했다.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오일장을 자주 찾는다는 이혜숙(광양읍) 씨는 “코로나 19 여파로 2주 전부터 사람들이 부쩍 줄어든 것 같더니 오늘은 말도 못 할 정도로 텅텅 비었다”면서 “너무나 한산해 장날이 맞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26일 찾은 광양오일장에는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을 정도로 코로나 19 여파는 컸다.
26일 찾은 광양오일장에는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을 정도로 코로나 19 여파는 컸다.

상인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은 더욱더 심각하다. 광양오일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 하나가 꽈배기와 만두, 찐빵 등 간식을 파는 상점이다. 보통 장날이면 이곳은 줄을 서서 간식을 살 정도로 인기가 높은 ‘핫 플레이스’다. 특히 겨울철에는 찐빵과 만두 인기가 더욱더 높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하지만 26일 오전 이곳에는 간식을 바로 살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가게 직원은 “코로나 19 소식 이후 2~3주 전부터 시장에 손님들이 서서히 줄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심각할 정도”라며 “평상시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설 이후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본 지 오래”라며 “뉴스도 그렇고 주변 상인들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뿐이어서 더욱더 애만 탄다”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꽈배기와 만두를 산 한 손님은 “이곳이 이렇게 큰 타격을 입을 정도인데 대구는 어떻겠느냐”며 “뉴스에서 119차량들이 줄줄이 대구로 가는 장면을 보니 뭉클했다. 대구시민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장날이면 일찌감치 문을 열고 막걸리와 국밥 손님을 받는 식당들도 곳곳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손님들이 찾지 않은 까닭에 장날 영업을 포기한 것이다. 광양주조공사에 따르면 장날이면 보통 오일장에 하루 평균 30박스의 막걸리를 판매하지만 최근에는 10박스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곳곳에 빈 매대 “장기화되면 큰일” 한숨
 
상인들이 물건을 진열해놓은 매대도 빈 곳이 많았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이후 비교적 나이 많은 상인들 중 감염 위험 때문에 몇 주 전부터 장사를 포기한 분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아무래도 나이 많은 분은 더욱더 몸조심하려고 한다”며 “진정이 될 때까지 매대 곳곳은 비어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매대가 텅 비어있다.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매대가 텅 비어있다.

채소 상점도 마찬가지다. 오일장에서 각종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평상시보다 70%는 매출이 준 것 같다”며 “오늘이 가장 심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상인은 “무엇보다 식당들이 장사가 안되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오고 있다”며 “식당에서 물건을 사 가지 않아 우리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고로쇠 민박들도 잇따라 예약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 더욱더 안타깝다”며 “코로나 19 여파가 3월까지 이어질 것 같아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광양시, 시장 임대료 50% 감면
상인들 원하면 ‘임시 휴장’ 검토

 
광양시는 코로나 19 확산 이후 전통 시장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자, 시장 임대료를 50% 감면하기로 했다. 문선용 광양시 지역경제과 시장관리팀장은 “코로나 19로 상인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안정화 될 때까지 임대료를 절반 감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인들만 가득한 광양오일장
상인들만 가득한 광양오일장

전국적으로 전통시장들이 임시 휴장에 돌입한 것과 관련, 시는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검토할 방침이다. 문 팀장은 “상인회에서 임시 휴장을 결정한다면 고려할 방침”이라며 “하루빨리 안정화 되어 전통시장이 예전처럼 붐비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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