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 직접 쓴 해운정 ‘현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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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 직접 쓴 해운정 ‘현판’은 어디에?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9.08.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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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알도 ‘해운정’, 태풍에 붕괴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으나 결국 못 찾아
재건축 후 건립자 후손에게 휘호받아
배알도에 건립한 정자 '해운정'. 해운정은 1940년 건립했으나 1959년 태풍 사라로 붕괴, 2015년 복원했다. ⓒ굿모닝투데이 이성훈
배알도에 건립한 정자 '해운정'. 해운정은 1940년 건립했으나 1959년 태풍 사라로 붕괴, 2015년 복원했다. ⓒ굿모닝투데이 이성훈

1940년 광양의 유일한 섬 배알도에 건립했던 정자 ‘해운정’의 현판 글씨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이 직접 쓴 것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알도에 있는 해운정에서 김구 선생이 쓴 현판을 볼 수 없다.

최근 건립한 해운정의 현판은 김구 선생이 아닌 최초 건립자 후손이 쓴 글씨다. 해운정은 태풍으로 붕괴, 지금의 정자는 최근 복원했다. 복원 후,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던 김구 선생의 현판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지못해 차선책으로 최초 건립자 후손이 쓴 현판을 걸었다.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김구 선생의 ‘현판’,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김구 선생이 쓴 현판이 지금까지 보존됐다면 광양시는 매천 황현 선생, 진월면 망덕포구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등과 함께 ‘황현-윤동주-김구’라는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들의 귀중한 자료를 보관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자료 하나 없이 흔적조차 사라져버린 김구 선생의 현판, 문화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해운정, 1940년 안상선 진월면장이 건립

광양시는 최근 태인동 수변공원과 배알도를 잇는 다리를 완공했다. 수변공원에서 해상다리를 건너 배알도에 가면 정상에 ‘해운정’(海雲亭)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다. 이 해운정은 지난 2015년 건립한 것이다.

2015년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쓴 해운정 현판. 1940년에 지은 해운정은 백범 김구 선생의 현판이 걸렸으나 태풍으로 붕괴하면서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던 현판을 끝내 찾을 수 없어, 복원 후 최초 건립자 후손이 현판을 썼다. ⓒ굿모닝투데이 이성훈
2015년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쓴 해운정 현판. 1940년에 지은 해운정은 백범 김구 선생의 현판이 걸렸으나 태풍으로 붕괴하면서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던 현판을 끝내 찾을 수 없어, 복원 후 최초 건립자 후손이 현판을 썼다. ⓒ굿모닝투데이 이성훈

해운정은 1940년, 당시 진월면장을 지낸 안상선 면장이 진월면 차동마을 본가 소유의 나무를 베어다 실어 나르며 배알도 정상에 건립한 정자다. 소설가 안영 선생의 아버지인 안상선 면장은 당시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이에 안 면장이 직접 김구 선생에게 의뢰, 친필 휘호를 받아 ‘해운정’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당시 해운정 규모는 지금 보다 훨씬 넓었다고 한다. 소설가 안영 선생은 “재건축한 해운정은 옛날 것보다 1/3정도 적은 규모”라며 “과거 해운정은 지역 기관장을 비롯해 방문한 인사들이 담소를 나누고 지역민들도 즐겨 찾는 명소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정은 마루가 넓어 사람들이 어울리기 좋은 장소여서 사랑방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1959년 태풍 사라로 붕괴
현판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지만…

하지만 해운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1959년 9월 태풍 사라로 붕괴됐기 때문이다. 결국 해운정은 건립했던 터만 남겨둔 채 오랫동안 방치됐다.
 
광양시는 해운정을 다시 건립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난 2015년 해운정을 복원했지만 현판이 문제였다. 정자가 태풍으로 붕괴된 후, 김구 선생의 휘호가 담긴 현판을 진월면사무소에 보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현판이 언제 어떻게, 아무도 모른 채 사라지고 말았다. 진월면사무소 관계자는 “해운정 현판을 김구 선생이 썼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다”며 “워낙 오래된 일이어서 이에 대해 아는 직원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광양시와 지역주민들은 건립자의 후손에게 휘호를 받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안상선 면장의 조카사위인 정종섭 당시 행정자치부장관이 서예에 조예가 깊어 ‘해운정’의 휘호를 쓰고, 김종연 민속목조각장의 서각으로 새 현판을 걸 수 있었다.

광양시, 해운정 앞에 해설판 설치키로

진월면 망덕포구에는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다. 망덕포구 바로 맞은편에는 배알도가 있다. 김구 선생의 현판이 보존됐었다면 시인 윤동주와 함께 소중한 문화자산을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고, 두 위인의 삶의 흔적을 재조명할 수 있어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다.

배알도 맞은 편 진월면 망덕포구에 있는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광양시
배알도 맞은 편 진월면 망덕포구에 있는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광양시

올해는 특히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이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등 어느 때보다 광복절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안영 선생은 “해운정을 다시 건립해 저로서는 감회가 새롭지만 김구 선생의 현판을 걸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선생은 “현판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매천 황현 선생, 윤동주 시인 등과 함께 김구 선생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통해 후손들에게 우리지역 항일독립운동을 더욱더 널리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며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광양시는 조만간 해운정 앞에 이러한 사연을 담은 해설판을 세울 계획이다. 이화엽 광양시 관광과장은 “해운정의 역사를 담은 해설판을 만들어 해운정 앞에 세워놓을 계획”이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운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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