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나의 익신마을 설명서5…익신 몬당에서 삶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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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나의 익신마을 설명서5…익신 몬당에서 삶을 디자인하다
  • 최난영
  • 승인 2022.09.2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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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주)반디

‘나의 익신마을 설명서’는 소설과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최난영 작가가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전남 예술로 파견사업’을 통해 광양시 광양읍 익신리에 위치한 ‘익신마을’에서 활동한 내용을 총 8회에 걸쳐 기록‧연재합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익신 몬당에서 삶을 디자인하다’입니다. <편집자 주>

어느 담장 밖으로 뻗은 가지에는 잘 익은 감이 조랑조랑 달렸다. 그것을 보고 새삼 시간을 가늠한다. 어느새 ‘전남 예술로 파견사업’도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에 와있다. 처음 익신마을을 찾고, (주)반디에 방문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담장의 열매도, 우리도, 그렇게 여름날의 기억을 품에 안고 가을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불그스름하고도 탐스럽게.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예술인은 다양한 예술 장르로 익신마을을 기록하는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물은 오는 10월 26일 저녁,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개최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는 익신마을에 오면, 마을 주민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주신다. 그것은 설레는 일이면서도 가끔 눈물이 핑 돌게도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것들이 예고 없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잠시 고개 숙여 신발 앞코만 바라본다.

익신마을 몬당(꼭대기)에 자리 잡은 ‘(주)반디’
익신마을 몬당(꼭대기)에 자리 잡은 ‘(주)반디’

 “오늘도 몬당에 가는구나!”
어르신 한 분이 나를 발견하고는 미소와 함께 말씀을 건네신다. 맞다. 내 발길은 가을 햇살을 따라 익신마을의 몬당을 향했다. 마을이 환히 내다보이는 그곳,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겠다는 그곳, (주)반디로 가는 중이었다.

(주)반디(대표 이현숙)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 프로젝트 전문기업’이다. 2019년에 광양읍 익신마을에 터를 잡았으며, 미술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그림, 조형물, 벽화, 인공폭포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미술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구조물과 시설물을 유지하면서 미술 콘텐츠를 적용할 수 있는 ‘벽화 작업’은 (주)반디의 주요 활동 중의 하나이며, 이를 통해 지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준 높은 그림 실력, 트릭아트를 직접 기획ㆍ디자인함으로써 지역 벽화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순천-터키 안탈리아시 교류 협력 기념 부조, 순천-중국 닝보 교류 협력 기념비, 광양시 평화의 소녀상 등 금속, 섬유강화플라스틱, 석재 등을 활용한 조형물도 제작ㆍ설치한 이력이 있다.

이 대표는 다년간 문화예술 기획자로도 일했다.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도 틈틈이 개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특기와 강점을 바탕으로 (주)반디는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공 및 설치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원스톱으로 직접 진행한다. 

그는 무엇보다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작업 중간마다 수시로 고객의 의견을 듣고 수정해 나가며 보완한다. 그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불편도 따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이 방식을 고수한다.

(주)반디의 이현숙 대표와 이희경 팀장
(주)반디의 이현숙 대표와 이희경 팀장

익신마을에서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희경 팀장은 (주)반디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함께했다. 두 사람은 사석에서 알게 됐다. 당시 이 대표는 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일손이 달려 이 팀장을 프리랜서로 고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대표는 이 팀장을 정식 채용한다. 일하는 스타일이나 방식이 이 대표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이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지금까지 손발을 맞춰가며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팀장을 보고 첫눈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여겼어요.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과 호흡을 맞춰 일해 봤지만, 매사에 이토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거든요.”라며 이 팀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팀장은 (주) 반디에 입사해 현재까지의 삼 년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시간.’ 이전에 근무했던 곳들은 하루하루가 같은 업무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평범하고 고요하게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재미는 찾을 수 없었다. 삶이라는 그림이 거듭 지루한 색으로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 팀장은 “처음 이 대표님을 만났을 때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놀랐어요. 작고 가녀린 체구로 다양한 곳에서 그에 따른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내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지요. 같이 있다 보니 저도 어느새 닮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는 매일 또 다른 일을 기획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즐기며,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의 인원으로 꾸려 나가다 보니 버거울 때도 있지만, 퇴근할 때마다 성취감을 안고 돌아간답니다.”라고 말했다.  

‘예술과 사람이 존중받는 기업’이 슬로건인 (주)반디는, 디자인 제작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의 창을 마련한다. 그래서 익신마을의 몬당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어느 날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문화예술창작공간의 역할을 하고, 또 어느 날은 경력 단절이나 취약계층 여성을 위한 디자인·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주)반디는 얼마 전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로 한 뼘 더 성장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해졌으며, 지역 예술인들과 협업해 더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행 중이다.

(주)반디의 마당 한쪽에 놓여있는 ‘꿈꾸는 벤치’
(주)반디의 마당 한쪽에 놓여있는 ‘꿈꾸는 벤치’

(주)반디에는 마을을 향해 벤치가 하나 설치돼있다. 사무실 건물 옆 신설한 공장 건물을 ‘꿈꾸는 공장’이라 이름 붙였으니, 자연스레 ‘꿈꾸는 벤치’가 됐다. 이 대표는 가끔 해가 질 무렵 이곳에 앉아 마을 풍경을 감상한다. 그때마다 넓게 펼쳐진 그 풍경 안에 폭하고 안기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주)반디를 운영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마다 크고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익신마을 몬당의 포옹 덕이라고 했다. 

오늘도 이 대표와 이 팀장은 익신마을에 있다. 자신들의 하루를 꿈으로 채색해 익신마을 가장 높은 곳에 세운다. 예술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코자 그렇게 고군분투 중이다. 

* 최난영 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단편소설 「울어요,제발」로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우수상을, 「쿠오바디스」로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단편부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에 선정, 「행운을빌어요」로 고즈넉이엔티 메타버스 장르소설 공모전 단편소설부문을 수상했다. 산문집 「블라블라블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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