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나의 익신마을 설명서3…익신 부녀회에 참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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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나의 익신마을 설명서3…익신 부녀회에 참석하다
  • 최난영
  • 승인 2022.08.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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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에 가득 찬 '웃음꽃'…행복 바이러스 퍼지는 익신부녀회

‘나의 익신마을 설명서’는 소설과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최난영 작가가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전남 예술로 파견사업’을 통해 광양시 광양읍 익신리에 위치한 ‘익신마을’에서 활동한 내용을 총 8회에 걸쳐 기록‧연재합니다. 세 번째 주제는 ‘익신 부녀회에 참석하다’입니다.
<편집자 주>

익신 마을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마을 전체가 식물도감을 펼쳐놓은 것만 같다. 담장 아래 탐스러운 그것들을 한참 들여다본다. 이 더위 속에서도 오목조목 펴서 제 색깔을 뽐내는 것이 대견하다. 그 이름을 몰라 아쉽지만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하다.

 “매월 십오일 저녁이 되면, 익신 마을의 여자들은 분주해진다.”
여자들은 서둘러 저녁상을 치운다.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발길을 재촉해 마을로 돌아온다. 저녁 일곱 시가 되자, 여자들은 익신 사랑방으로 향한다. 먼저 온 이들은 다른 이들을 기다리며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바닥을 쓸기도 한다. 서로서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부녀회에 가서 함께 먹으면 좋겠다며 (주)반디의 이현숙 대표는 순대와 음료수, 막걸리 몇 병을 살뜰히 준비해뒀다. 그를 따라 익신마을 사랑방으로 향한다. 늦여름의 바람이 서툴게 가을을 흉내 낸다. 덕분에 제법 청량해진 어둠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매월 부녀회의가 열리는 ‘익신마을 사랑방’
매월 부녀회의가 열리는 ‘익신마을 사랑방’

마을회관 주차장 인근에 단층 건물로 된 익신마을 사랑방은, 광양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 으로 지난 2019년 11월에 준공했다. 내부에는 소파와 가전제품도 고루 갖추고 있어 부녀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공간이다.

간편한 차림으로 사랑방에 나온 여자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마을 곳곳을 수놓은 꽃들처럼 여자들은 대부분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다. 덕분에 소파 위에 꽃들이 활짝 핀듯했다. 몇 마디의 유쾌한 농담이 오가며 회의가 시작됐다.

부녀회원들은 대략 오십 명 정도가 되는데, 대부분 60대와 70대로 이뤄졌다. 양재희 부녀회장과 회원들의 나이 차는, 적게는 열 살에서 많게는 스무 살 정도 차이 난다. 하지만 양 부녀회장은 모두를 ‘언니’라고 불렀다. 사 년 전쯤 마을로 들어왔는데 주민들과 금세 가까워져 그때부터 그렇게 호칭했다.

양재희 부녀회장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이장님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거부감 없이 나를 받아들여 줬어요. 이사하기 전부터 마을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했다니까요.”라고 말했다. 양 부녀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부녀회장직을 맡게 됐다. 전 부녀회장의 추천과 부녀 회원들의 성원 덕이었다.

이에 대해 양 부녀회장은 “처음에는 걱정이 컸어요.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의 사정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언니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니까 힘들 것 없이 즐겁게 일합니다.”라고 말했다.

양 부녀회장은 이 마을의 큰 장점으로 ‘친화력’과 ‘이타심’을 꼽았다. 그러니까 그날은 이사 오고 얼마 안 돼 부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주민들이 집 앞을 지나면서 큰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 사랑방에 가자고 청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할 것을 미리 알고, 배려해준 것이다. 

익신 부녀회 모습
익신 부녀회 모습

이현숙 대표 역시 익신 부녀회원의 한 사람으로 활동 중이다. 삼 년 전 익신 마을에 터를 잡고 미술 프로젝트 전문기업인 (주) 반디를 설립했는데, 마을 언니들이 좋아 부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마을 주민들과 함께 ‘2022 마을공동체 느릿느릿 마을 디자인하기’를 수행 중이기도 하다. 도장 작업을 주 업으로 삼는 어르신 한 분이 이 대표에게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페인트 작업을 할 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늘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언니, 언제든 사무실로 올라오세요. 내가 가르쳐 드리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이렇게 누구든 언니와 동생으로 맺어지는 모양이다.
 
내가 종이컵에 음료를 따르기 시작하자, 어르신들의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누구는 음료수, 누구는 맥주를 줘야 한다, 누구는 막걸리야, 라며. 그들은 서로의 취향까지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가족 같은 그 분위기 속에서 하루의 피곤이 비워지고 미소가 가득 채워졌다.

부녀회의라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격식 없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두세 시간 담소를 나눴다. 함께 일일 드라마도 시청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을 편들고 제 일처럼 화도 냈다. 그러다 중간중간 생각나는 마을 안건을 나눴다. 다음 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가끔 중요한 안건이 드러나면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고 심도 있는 논의도 이어갔다. 

지난 5월 12일 ‘신안군 퍼플 섬’에서 익신 부녀회 여행
지난 5월 12일 ‘신안군 퍼플 섬’에서 익신 부녀회 여행

마을 어르신 한 분이 핸드폰에 찍어둔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부녀회원들과 함께 다녀온 여행이라며 자랑했다. ‘신안군 퍼플 섬’ 으로 올해 5월에 다녀온 여행이었다. 보라색 양말을 신으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해서 특별히 양말도 제작해 함께 신었다고 했다.

나는 부녀회원들에게 예술로 사업의 취지와 익신 마을에서 현재 활동 중인 내용을 안내했다. 어르신 중 한 분이 “마을에 와 있는 것을 봤지.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무언가 한다고 하니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조사하려거든 우리 이장이 제일이야. 이장이 마을과 그동안 오랜 시간 함께 했고 관심도 많거든.”이라며 우리 팀을 위한 힌트도 줬다.

부녀회원들은 마을에 대한 것이라고 하니, 집으로 돌아가 도움 될 만한 사진이 있는지 사진첩을 확인해 본다고 했다.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우리 팀은 오는 시 월 중순쯤, 마을 잔치 형태의 성과 발표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주민들도 참여하길 원했고 활동성과를 공유하기에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드라마가 끝이 났다. 어르신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달을 기약하며 사랑방 앞에서 서로의 등을 두드리고 손을 흔들며 각자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의 원피스 자락이 하늘하늘 흔들렸다. 마을에 핀 그 꽃들 마냥.  
  
* 최난영 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단편소설 「울어요,제발」로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우수상을, 「쿠오바디스」로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단편부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에 선정, 「행운을빌어요」로 고즈넉이엔티 메타버스 장르소설 공모전 단편소설부문을 수상했다. 산문집 「블라블라블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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