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행정 드러난 ‘지중화→송전탑’ 변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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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행정 드러난 ‘지중화→송전탑’ 변경 논란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1.12.0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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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제대로 파악 못하고 변경 허가
주민도, 의회도 모른 채 절차 변경
정민기 위원장 “주무부서, 사과 한마디 없이 다른 부서에만 책임” 질타 
지난 2일 열린 산건위 행정사무감사 도시재생과 정책질의. 정민기 위원장, 권회상 도시재생과장 ⓒ광양시의회 생방송 화면 캡쳐
지난 2일 열린 산건위 행정사무감사 도시재생과 정책질의. 정민기 위원장, 권회상 도시재생과장 ⓒ광양시의회 생방송 화면 캡쳐

한국전력공사가 백운변전소와 세풍산단~율촌산단을 연결하는 '광양항~율촌 154KV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 송전탑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의회가 집행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해 집중 질타했다.

2일 열린 광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산업건설위원회 정책질의에서 정민기 산건위원장은 도시재생과가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백운변전소와 세풍산단~율촌산단을 연결하는 송전탑 건설공사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한국전력은 광양만 인근 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결국 지난 2018년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방식'을 택하기로 광양시와 협의했다. 광양시도 당시 한전과 협의 과정에서 지중화 비용을 분담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19년 3월, 전남도와 광양경제청 등에서 세풍산단에 조기 전력 공급 요청이 있자 한전은 관련 기관과 협의를 마친 후 지중화 방식에서 가공선로로 변경, 세풍산단에 송전탑을 건설중이다. 송전탑으로 변경하면 당초 지중화보다 공사기간이 44개월 단축돼 적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송전탑 건립 장소가 마을 집단 이주지역과 불과 600여 미터 거리에 세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중화에서 송전탑으로 변경 계획을 광양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세풍 주민들도 광양시와 한전 측 어디에도 변경 소식을 듣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뒤늦게 아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민기 위원장은 “지역시민사회가 10년 넘게 싸워 어렵게 쟁취한 지중화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면서 “지중화에서 가공선로(송전탑)로 변경하면 광양시와 시민들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권회상 도시재생과장은 “관련된 부서와 협의를 마쳤고 지중화에서 가공선로 변경은 도시재생과에서 모두 관장하지는 않는다”며 “해당 부서에서 별다른 의견이 없어서 변경하게 됐다”고 답했다. 

정민기↔권회상, 발언두고 '설전' 

정책질의 과정에서 정민기 위원장과 권회상 과장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정 위원장은 “도시재생과가 가공선로로 변경허가를 내줬다면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는데 책임을 다른 부서에게 떠맡기고 있다”면서 “이 사안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에 대해서도 민간 사업자에 대한 혜택 의혹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권 과장을 몰아세웠다. 

정 위원장은 광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덕례리 공원녹지사업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유주의 동의도 받지 않고 민간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내 땅에 동의도 안 받고 다른 사람이 개발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런 부분들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행정이 특정인을 염두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다르게 표현하길 바란다. 그런 의혹은 일체 없고 있으면 밝혀달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이어 “공개 석상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업무 보는 부서장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은 도시계획시설로 공원이 결정됐고 공원 및 녹지법에 의해서 추진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권 과장은 “비단 우리시만 해당 되는 게 아니고 전국 100여곳에서 진행 중에 있다”면서 “행정이 법에 근거하지 않고 법률적 해석이 없는 상태에서 행정을 하겠느냐”며 맞대응했다. 

총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세풍 송전탑 건립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총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세풍 송전탑 건립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정민기 위원장은 세풍 송전탑에 대해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재차 질문했다. 이에 권회상 과장은 “우리가 에너지 관련 부서에 의견을 물었는데 의견이 없었다. 도시재생과가 모든 정책을 관장하지 않는다. 각 부서별로 협의하고 조정한다. 이사업이 도시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고 기존 대답을 되풀이했다. 

정 위원장 "주무부서, 사과가 먼저인데 다른 부서에 책임 미뤄" 비판

산건위는 결국 송전탑 변경 논란을 두고는 집행부의 뚜렷한 해명을 듣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정민기 위원장은 행감을 마친 후 “뒤늦게 도시재생과로부터 사과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제가 아닌 시민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는 것이 주무부서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중차대한 일에 주민들은 물론, 광양시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의회도 모르게 진행됐다는 사실에 어처구니없다”면서 “광양시 행정 난맥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총무위는 최근 세풍산단 송전탑 건립 공사 현장을 확인했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달, 한전으로부터 관련 설명회를 듣고 주민들과 중재에 나섰지만 한전이 지중화나 노선 변경에 완고한 입장이어서 갈등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풍산단 송전탑 건립 관련 질의는 총무위원회에서도 나왔다. 최대원 총무위원장은 2일 열린 지역경제과 정책질의에서 송전탑 건립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이화엽 지역경제과장은  “이 사업은 광양경제청, 한전, 여수해수청, 광양시 등 여러 기관이 관련된 업무”라며 “당시 여러 기관이 협의하고 절차를 다 거쳤다고 판단, 지역경제과에서 의견없음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 사업을 전체적으로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우리도 송전탑으로 변경하는지 한전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여러 가지 업무가 꼬였고 서로 협의 과정이 미흡한 것 같아 아쉽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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