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주도권 빼앗긴 ‘닭 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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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 주도권 빼앗긴 ‘닭 숯불구이’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1.07.22 10: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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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일찌감치 ‘닭구이’ 음식브랜드, 특화메뉴도 개발
광양시, 지리적표시 등록 뿐…특화거리 조성도 요원  
광양 '닭 숯불구이'
광양 '닭 숯불구이'

광양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중 하나인 ‘닭 숯불구이’가 순천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순천시는 일찌감치 닭구이를 음식브랜드화하고 특화메뉴도 개발하는 등 ‘닭구이’를 순천 브랜드로 육성시키며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다. 

반면, 광양시는 지난 17년 2월 ‘닭 숯불구이’를 특허청에 증명표장 완료를 한 것 외에는 브랜드 개발은 물론, 특화거리 조성 역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닭 숯불구이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용역을 실시했으나 선정된 장소가 설득력이 없다며 의회로부터 반발을 샀다. 광양시는 이런 까닭에 올해 특화거리 조성 예산 편성 자체를 하지 않았고 현재 닭 숯불구이와 관련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광양 9미중 하나인 ‘닭 숯불구이’는 손질된 닭을 참숯불에 구워 먹는 광양지역만의 독특한 요리로, 백운산 4대 계곡 인근에 맛 집들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닭 숯불구이는 잘 손질한 닭을 석쇠 위에 넓게 펼쳐 구워 먹는데, 강하지 않은 양념은 닭 특유의 단백하며 고소한 맛을 배가시키고 숯불은 기름기를 싹 빠지게 하며 광양불고기와 함께 유명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광양시는 이에 지난 17년 2월, 닭 숯불구이를 광양불고기와 함께 증명표장을 특허청에 등록 완료했다. 증명표장이란 상표권의 일종으로 서비스업의 품질, 상품, 생산방법, 원산지나 그 외의 특성을 충족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광양시에서 증명표장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일정조건을 충족하는 업소를 인증해 주는 일종의 품질보호제도다.

하지만 닭 숯불구이에 대한 노력은 현재로서는 여기까지다. 순천시가 '닭구이'를 음식브랜드로 활발히 조성하고 있는 반면, 광양시 '닭 숯불구이' 음식브랜드화 노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순천시 ‘닭구이’음식브랜드 활발

순천시는 지난 17년부터 닭구이 음식브랜드화에 심혈을 기울이며 닭구이 메뉴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닭구이 취급업소를 대상으로 메뉴 리뉴얼 교육을 실시하는 가하면,  닭요리 경연대회 개최, 닭을 재료로 참신하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등 닭구이 브랜드화에 정성을 쏟고 있다. 순천시는 특히 청소골 계곡 일원을 닭구이 골목으로 특화시키면서 브랜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순천형 특화메뉴 떡갈비&닭구이 개발 상품화’ 전수 교육 수료식
지난 8일 열린 ‘순천형 특화메뉴 떡갈비&닭구이 개발 상품화’ 전수 교육 수료식

순천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최근 ‘순천형 특화메뉴 떡갈비&닭구이 개발 상품화’ 전수 교육 수료식을 개최했다. 지역 외식업체 대표 28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지역의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떡갈비와 닭구이 9종의 메뉴를 개발해 전수한 것이다. 순천시는 순천형 특화메뉴를 순천시 고유의 상품명으로 상표등록을 하고, 전수 교육에 참여한 외식업체를 방문하여 컨설팅 후 순천형 떡갈비 지정업소 현판을 게시할 예정이다.

광양시, 지난해 특화거리 조성 용역 후 ‘제자리걸음’

반면 광양시는 닭숯불구이 브랜드화는 더디기만 하다. 시는 지난해 닭구이 특화거리 조성 용역을 실시했는데, 용역 결과 광양중학교 주변 도로가 적합한 것으로 나와 동천 주변이나 옥룡 지역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박말례 의원
박말례 의원

박말례 의원은 “광양중학교 주변에 닭구이 음식점이 많지 않을뿐더러 특화거리가 조성되면 왁자지껄한 분위기일 텐데 과연 학생들의 정서에 적합한 장소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성예상 지역은 차가 많이 다니고 광양중학교뿐만 아니라 시립도서관, 광양향교가 인접한 곳”이라며 “지리적 여건과 상권, 주변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곳이 특화거리 조성 지역으로는 맞지 않다는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용역 이후 광양시 닭숯불구이 브랜드 육성은 멈춘 상태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용역 조사 이후 닭숯불구이 관련 정책이나 예산은 없다”면서 “브랜드 육성을 언제 재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말례 의원은 “순천시는 매실을 비롯해 닭구이도 브랜드화하며 우리 향토 음식을 넘보고 있다”면서 “브랜드를 빼앗기지 않도록 정책적인 연구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광양중학교 주변 보다는 차라리 옥룡입구부터 시작해 월파마을 부근까지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여러 지역을 다시 검토해 특화거리를 조성 계획을 세우고, 닭숯불구이 브랜드 육성을 위해 관련 상인들과 꾸준히 의견을 나누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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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2021-08-14 06:49:35
순천에서 닭숯불구이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원조가 광양이었군요. 문화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지역 주민의 정체성과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광양시에서 닭숯불구이 홍보 및 특화거리 조성에 힘을 써서 닭숯불구이 브랜드를 지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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