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드래곤즈가 올 시즌 14라운드를 소화한 가운데 6승5무4패, 승점 23점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K2리그에 강등된 지 3년째인 올해는 승격에 대한 희망이 어느 시즌보다 높다. 여기에 FA컵도 8강에 진출하며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상승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승격은 물론, 07년 이후 FA컵도 우승을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구단과 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헐값에 팔리는 드래곤즈 티켓 중고 매매가 그렇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기반을 둔 중고 직거래 마켓인 ‘당근마켓’ 광양, 순천지역에서는 전남드래곤즈 티켓이 심심치 않게 거래가 이뤄진다. 문제는 티켓 가격이 새우깡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팬들과 구단은 물론, 포스코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일반 상품권이나 티켓은 보통 10~15% 할인된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지만 전남드래곤즈 티켓은 무려 80~90%나 할인 판매된다. 현재 드래곤즈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일반석 1만원, W석 2만원, 테이블석 5만원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일반석 10장에 보통 1만원, 많으면 2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티켓 1장당 1천원 꼴이다. 새우깡 한 봉지에 보통 1200원 정도인데 프로축구 티켓이 과자 한 봉지보다 못한 것이다. 제값을 주고 티켓을 구매해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로서는 얼마나 허탈할까. 또한 구단과 선수들은 말도 안 되는 티켓 가격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티켓이 필요 없는 사람이야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고, 사는 사람이야 아주 싼 가격으로 구매했으니 당사자들로서는 서로 윈윈한 것이다. 헐값에 판매하는 사람들이 자기 돈을 주고 직접 사서 80~90%나 손해 보며 팔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 티켓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전남 스폰서인 광양제철소는 시즌 전 티켓을 구매, 직원들에게 1인당 10장씩 무료로 나눠준다. 복지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티켓 일부가 중고시장에서 헐값에 판매되는 것이다.
포스코에서 복지차원으로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티켓이 지역민들에게는 공짜 티켓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포스코 직원들에게 제공된 이 티켓이 말도 안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은 본인들 스스로가 포스코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다.
포스코 역시 중고 거래 때문에 속만 끙끙 앓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나눠준 티켓을 중고시장에 판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티켓 뿐만 아니라 마스크, 안전화 등 다양한 물품을 일부 직원들이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티켓이 필요 없으면 자매마을이나 지역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파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고 표했다.
포스코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용품들을 판매하지 말도록 주의를 주고 있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고 한다. 축구 티켓 역시 원하는 직원들에게만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봤지만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해 일괄 지급하고 있다.
티켓이 필요없으면 헐값에 넘기지 말고 차라리 기부를 하자. 광양·순천·여수를 비롯한 전남지역에는 아직도 프로축구 관람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하고, 축구 선수와 만남을 기대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본인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소외계층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도 보고 선수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포스코 봉사단체나 구단에 기부하면 된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전남드래곤즈가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 팬들은 지난 06~07년 FA컵 2연패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광양시와 팬들은 서울과 포항으로 버스 100여대를 타고, 전남의 2년 연속 FA 우승컵을 선수들과 함께 축하했던 뜨거운 추억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팀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전남이 올해 승격과 FA컵 우승에 도전, 상처받은 자존심을 말끔히 씻어주길 바란다. 팀의 가치를 몇 단계 더 끌어올려 새우깡보다 못한 가격에 티켓이 판매되는 폐단이 없어지도록 성적으로 증명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