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케어 로봇, '애물단지'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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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케어 로봇, '애물단지' 전락하나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0.12.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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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대 중 23대 활용 못하고 '방치'
대상자 ·사용자 모두 '불편'
의회·집행부, "공모사업 폐해 대표적 사례" 비판
배설 로봇 케어 장비
배설 로봇 케어 장비

광양시가 전국 최초로 노인요양원 등에 보급한 ‘배설 케어 로봇’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는 지난해 4월부터 노인 요양원 9곳과 재가 복지시설 등에 배설 케어 로봇 64대를 보급했지만 이중 1/3인 23대가 활용되지 못한 채 각 시설에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전 열린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전략정책실 정책질의에서 서영배 의원은 “지난해 노인요양원 등에 보급한 배설 케어 로봇을 각 시설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용지물된 장비에 대해 집행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배설 케어 로봇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백성호 의원이 지적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설 케어 로봇’은 사용자의 배설을 감지해 연결된 호스로 대소변을 빨아들이며 항문 세정 및 건조를 돕고, 탈취필터를 거쳐 냄새도 줄일 수 있는 장비다. 광양시는 요양보호사들의 부담도 줄이고 로봇을 이용해 깔끔하게 대소변 처리, 기저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줄이기 위해 18년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활용 사회적 약자 편익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공모 선정 후 전남테크노파크와 스튜디오 크로스컬쳐, 큐라코 등은 '부모사랑효돌' 로봇 300대와 배설 케어 로봇 64대를 제작했다. 이중 배설 케어 로봇 총사업비는 7억원(국비 5억, 시비 2억)으로, 로봇 1대당 1천만원 조금 넘는 고가의 장비다. 

시는 베설 케어 로봇을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원, 병원 등에 총64대를 보급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64대 중 23대는 활용하지 않은 채, 각 시설에 방치되어 있다. 특히 광양공립노인전문병원에는 20대를 보급했지만 무려 15대를 활용하지 않아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했다.     

‘기저귀보다 더 불편’…보관도 골칫거리   

로봇 배설 케어가 노인 요양 시설에서 외면을 받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기저귀 컵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접촉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로봇케어를 사용하면 어르신들 체위 변경에 어려움도 있고 대변이 굵은 경우 연결호스 구멍이 좁아 막힘 현상도 발생한다.

광양시는 제작업체들과 꾸준히 협의, 상당수 개선했지만 불편함은 여전하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로봇을 제대로 활용해 업무 부담을 덜어야 하는데 기존 기저귀 방식으로 대소변 처리를  선호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사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데다 장비 관리도 불편해 업무량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영배 의원이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집행부에 질문을 하고 있다.
서영배 의원이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집행부에 질문을 하고 있다.

서영배 의원은 “제작 업체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사용법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숙지하도록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선미 전략정책실장은 “올해 희망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로봇 사용법 교육을 1개소 당 3일 정도 계획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요양시설에 외부 방문객을 엄격 제한해 교육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누워있는 자세도 다른데 로봇이 체형에 맞게 착용하기 어려워 배설물이 새고 요양보호사, 어르신들도 불편해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밤에는 소음이 커 잠자리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관이 어려운 점도 큰 골칫거리다. 장비를 침상 아래에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해 공간 차지를 최소화 해야 하지만 로봇 케어는 침상보다 높아 침대 옆에 놔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공간은 공간대로 차지, 보관이 어렵다보니 사용하지 않는 로봇은 복도로 밀려나고, 결국 창고 신세를 지고 있다. 

서 의원은 “지금도 불편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두는데 나중에 다시 사용하겠느냐”며 “애초부터 장비를 제작할 때 침대 구조와 요양원 시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사용처가 없다면 반납도 검토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반납 하더라도 환불 여부가 불투명해 실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서영배 의원은 “개인 가정에서 필요한 경우 보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장비는 중증 환자들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개인 가정에서 중증환자가 있다면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지 누가 이 장비를 가져와 사용하겠느냐”며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로봇 케어는 앞으로도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조선미 전략정책실장은 “만일 사용처가 없다면 반납도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것”이라며 “환불 여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어떻게 해서든 보급,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선정되고 보자?” 
의회, 무리한 공모사업 ‘제동’ 방침 

배설 로봇 케어의 문제점은 의회와 집행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명확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로봇 배설 케어 사업이 무분별한 공모사업 추진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라는 비판에 집행부와 의회 모두 공감하고 있다. 

김명원 부시장은 정책질의 보충 답변에서 “배설 케어 로봇은 공무원들이 의욕만 앞세워 (공모 사업으로)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공모사업은 더욱더 신중하고 검토하고 의회와 협의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말례 의원은 “배설 로봇 케어는 공모사업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영배 의원도 “실적에만 치중한 공모사업이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

의회는 앞으로 집행부의 무분별한 공모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 방침이다. 송재천 의원은 기획예산실 정책질의에서 “집행부의 각종 공모사업이 의회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예산 심사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면서 “국비를 가져왔으니 무조건 승인해달라는 집행부의 방식은 큰 문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송 의원은 “시비 부담률이 60%를 초과하거나 총사업비가 20억원이 넘는 사업들은 반드시 의회와 협의해 공모 여부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반드시 소관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공모사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수년째 이 문제를 지적해도 집행부는 개선하겠다는 답변뿐”이라며 “이런 공모사업들에 대해 정식보고 채널을 만들어 의회와 협의하지 않으면 예산 승인도 집행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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