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작사·작곡 ‘시민의 노래’ 개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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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작사·작곡 ‘시민의 노래’ 개정 검토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9.09.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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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당공원 내 친일파 공적비도 처리 검토
시민의 날 기념식, ‘시민의 노래’ 제창 여부 곧 결정
민간 참여, 추진위원회 구성할 듯
설문조사·공청회 통해 시민 ‘공론화’
친일파 서정주 작사, 김동진 작곡 '광양시민의 노래' ©광양시홈페이지 캡쳐
친일파 서정주 작사, 김동진 작곡 '광양시민의 노래' ©광양시홈페이지 캡쳐

광양시는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시민의 노래’와 유당공원 안에 있는 친일파 공적비에 대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민간이 주도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 공론화를 통해 개정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선 당장 10월에 열리는 제25회 광양시민의 날 행사에서 ‘시민의 노래’ 제창 여부에 대해 의회 의견을 들은 후, 추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광양시는 지난 16일 제8차 시정조정위원회를 열고 조정위원들로부터 시민의 노래와 유당공원 내 친일파 비석 정비 추진계획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시정조정위원 상당수가 ‘시민의 노래’와 유당공원 친일파 비석 정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파 작사·작곡 ‘시민의 노래’ 수십 년간 사용

1989년 1월 동광양시가 태동하면서 불려진 ‘광양시민의 노래’는 서정주 작사, 김동진 작곡으로 1995년 동광양시와 광양군이 통합하면서 가사 중 ‘동광양’을 ‘큰 광양’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광양시는 이 노래를 매년 10월 시민의 날 기념식 때 불러왔고 연중 서너 차례 공식 행사에 사용해왔다. 문제는 이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가 친일파라는 것이다.

작사가인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때 수십 편의 평론과 수필, 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을 벌였다.

서정주는 특히 1944년 12월 9일 친일어용매체인 매일신보에 실은 ‘마쓰이 오장 송가(松井 伍長 頌歌)’에서 일제의 전쟁에 자살 특공대로 보내져 희생된 조선인 청년의 죽음을 미화하는 등 친일 행위가 인정돼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작곡가 김동진은 1930~40년대 만주작곡연구회 회원으로 가입·활동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진 역시 일제의 침략전쟁을 옹호하고, 일본의 대동아공영 건설을 찬양하는 ‘건국 10주년 경축고’ 등을 작곡, 민족문제연구소가 1989년 개정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했다.

‘광양시민의 노래’는 지난 2005년에도 광양시의회를 중심으로 친일파가 지은 노래라며 개정 목소리가 나왔지만 흐지부지 됐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 열리는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는 시민의 노래를 부를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올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친일 잔재 청산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일방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국민들의 반일 여론이 더욱더 확산됐다.

전남도교육청도 지난 4월부터 도내 초중고등학교의 친일 잔재를 조사하고 개선 대책을 내놓는 등 어느 때보다 친일 잔채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양시가 섣불리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시민의 노래를 제창했다간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시민의 노래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시정조정위원회에서도 논의가 된 만큼 ‘시민의 노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 추진위 구성, 설문조사·공청회 ‘공론화’

광양시는 오는 10월 8일 커뮤니티센터에서 제25회 시민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기념식에는 축하공연과 시민헌장 낭독, 시민의 상 시상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조만간 의원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민간을 중심으로 한 추진위원회를 구성, 시민의 노래 제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시민의 날 행사를 마치면 시민의 날 노래 개정과 유당공원 친일 공적비 처리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개정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행정 중심 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이 중요한 만큼,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두 사안을 공론화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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