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유통전쟁’…누가 살아남을까
상태바
피 말리는 ‘유통전쟁’…누가 살아남을까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0.10.15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양시 중마동에 식자재마트 잇따라 오픈
홈플러스-하나로마트-식자재마트, 치열한 삼파전
출혈경쟁 과다 우려, 지역사회 상생 방안 마련해야
지난 9월 리뉴얼한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
지난 9월 리뉴얼한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 대형점

광양시 중마동을 중심으로 최근 식자재마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중마권 대규모 마트들이 날마다 치열한 유통전쟁을 펼치고 있다.

대규모 마트들의 지역상권 범위는 인구 5만8천여명의 중마동을 중심으로 △금호동 1만 2천여명 △광영동 1만2천여명 △옥곡·진상·진월·다압·태인·골약 1만6천여명 등 9만8천여명에 여수 묘도동과 경남 하동까지 합하면 약 15만명 정도 된다.

중마권은 그동안 홈플러스 광양점,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가 양강 구도를 이뤘지만 최근 식자재마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업체간 경쟁은 더욱더 치열하고 절박해졌다. 어떤 매장이 퇴출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소비자들의 선택에 대규모 마트들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전쟁의 연속이다.   
   
2005년부터 대규모 마트 들어서 

중마권에 대규모 마트가 들어선 시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5년 5월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 대형점이 가장 먼저 오픈했다. 호반아파트 옆에 위치한 하나로마트는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당시 전남도내 300여개 농협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는 농산물 매장을 비롯, 금융과 병원, 문화센터 등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결합된 복합매장이다. 

같은 해 6월에는 중마시장이 개장했다. 광양시는 남해안 제일의 현대화된 재래시장의 기치아래 120억원을 들여 현대식 건물로 중마시장을 건립했다. 중마동 중심 상업지구에 자리 잡은 중마시장은 당시 131개 점포가 들어섰으며 수산물 중심의 현대식 시장이다.

10월에는 광양시 최초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광양점이 오픈했다. 홈플러스 광양점은 총 6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중마동 공유수면매립지 2만3400평부지에 연건평 5800평 규모로 건립했으며 공산품, 의류 등 총 5800여가지의 상품을 진열, 판매한다. 

와우지구에 있는 빅팜도매식자재마트

호반·성호·태영 등 주변에 아파트가 즐비한 하나로마트는 신선한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홈플러스는 다양한 공산품을 비롯한 의류매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면서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는 지역 상권의 중심축을 이뤘다.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 양강 구도는 2010년 들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쇼핑(주) 롯데슈퍼 광양중동점은 2011년 1월 영업장을 개설했다.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 사이에 들어선 롯데슈퍼 중동점은 공산품과 식료품, 농수산 및 식육 등을 취급하며 틈새시장을 노렸다.  

여기에 2012년 5월에는 롯데슈퍼 마동점이 오픈하면서 마동지역 상권의 중심에 섰다. 마동은 2010년 이후 약국, 은행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권에 대한 기대감이 쏟아졌다. 금광블루빌, 마동초, 송보파인빌, 송보타워, 대광로제비앙, 써니밸리 아파트 등이 있는데다 2012년 12월 광양서울병원이 개원, 롯데슈퍼 마동점은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 사동점과 함께 마동지역 상권의 두 축을 형성했다.    

2012년 베스트코 시작…식자재마트 오픈 잇따라 

식자재 전문업체가 들어선 것도 이 무렵이다. 2012년 3월 홈플러스 건너편 이순신대교가 보이는 곳에 대상베스트코 광양지점이 오픈했다. 베스트코 광양점은 오픈 당시 지역민들의 반대가 일부 있었으나 값싼 식자재들을 선보이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스트코 주변으로 카페, 호텔, 모텔, 식당 등 대규모 상권이 빼곡히 형성되어 있는데다 여수시와 가까워 여수 묘도 주민들은 물론, 여수 공단 직원들이 이곳을 이용하면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대규모 매장 오픈은 잠시 주춤하다 2017년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광양읍 덕례리에 LF스퀘어 광양점이, 4월에는 금호동에 몰오브광양이 각각 문을 열었다. 2018년 5월에는 진상농협이 하나로마트를 확장·준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마시장 뒤에 광양식자재도매센터가, 올해 9월에는 와우지구에 빅팜 도매식자재마트가 잇따라 오픈했다.

이에 동광양농협 하나로마트는 지난 9월 매장을 리뉴얼, 냉동·냉장식품은 3천여개 품목, 생활용품은 5천여개 품목을 추가, 기존 매장과 차별화된 매장분위기와 대량으로 상품구입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맞추는데 주력했다. 

이렇듯 중마지역 상권은 그동안 맹주를 자처하던 홈플러스와 하나로마트 양강체제에서 식자재마트가 대거 진입하며 다자구도로 급변했다. 대규모 마트들이 경쟁하는 만큼 소비자들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그만큼 저렴하게 물건을 살수있게 된 것이다.  

중마시장 한 상인은 “식자재마트가 잇따라 개점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상인들 입장에서는 10원이라도 싸게 판매하는 곳에서 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매일 여러 품목들을 비교해보며 마트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마시장 뒷편에 있는 광양식자재마트

강남병원 주변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가게 대표는 “식자재마트들이 많아 비교해보고 값싸게 물건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며 “굳이 순천을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값싼 물건을 대량 구입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금호동 한 소비자는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달걀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면서 “어느 매장에서 달걀을 싸게 판매하는지 보고 해당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비 엇갈리는 업체들…과열경쟁에 출혈 우려

대규모 마트들이 연중 세일을 실시하고 미끼상품을 통해 단 한명이라도 더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희비는 엇갈린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광양점은 올해 광양시가 시민 1인당 20만원씩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광양사랑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하나로마트는 재난지원금 최대 수혜 매장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슈퍼 중동점도 지난 8월 폐점했다.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구조조정 대상의 60%를 연내에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린 중동점도 폐점되고 말았다. 이밖에 일부 식자재마트에 입점했던 업체가 철수하는 등 마트별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순신대교 주변에 있는 베스트코 광양점
이순신대교 주변에 있는 베스트코 광양점

광양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 왔다”면서 “월 2회 강제휴무에 광양상품권도 사용하지 못한데다 울퉁불퉁한 주차장 때문에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슈퍼 중동점 폐점 사례를 보듯 대규모 마트들도 결국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는다”며 “대형 점포가 폐점되면 실업자 증가 등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커서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 대규모 마트들이 한꺼번에 생기다보니 결국 출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들로서는 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겠지만 지나친 과열 경쟁이 시장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마트 대형화 현상은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현실”이라며 “대형마트들이 앞으로 골목상권과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마트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매출 올리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양한 기부와 사회공헌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지역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